
추천사
김금용(시인. 현대시학주간)
“루프의 날개가 닿지 않는/ 미세한 틈새를 찾아/ 아슬아슬하게 착상했으니/ 약 0.6% 확률로 생긴 거네요/ 저는 잉여인간일까요?”(「잉여인간」), “꿈틀거리는 아이를 가슴에 올려주지만/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 어린 엄마의 손”(「도시의 무의촌」) 등, 이번 시집 속에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경험한 시편들이 많다. 특히 도시집중으로 인한 과잉 경쟁구조 아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젊은이들의 실태이자 무분별한 성의식에서 준비 없이 태어난 생명체에 대한 아픈 경험들이어서 더 주목하게 된다. 은퇴를 앞두고 바닷가 농막을 찾아간 시인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어미고양이와의 마주침도 그렇다. “출생신고도 안 됐을 새끼 세 마리/ …/ 가난한 어미 해변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바닷가 산후조리원」). 결국 「접영蹀泳」에서처럼 “양수羊水 속으로 들어간다/ …/ 소음이 사라진 수면睡眠/ 퇴행하듯 찾아가는/ 태아胎兒의 꿈”에 이르러 마침내 “소명召命을 다한 신부神父의/ 은퇴 미사처럼” “마음의 파문을 일으켰던/ 핸드폰 전원을 끈다/ 그저 침묵하는 곳” 『영혼의 카렌시아』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다비목을 준비하는 스님처럼 시인의 “빈 곳에 꽉 찬 평화”(「다비목茶毘木」)가 여러 시편에서 고루 읽혀져 감동의 잔물결이 인다. 신생아를 받아 안던 손길로 삶의 시 한 편 한 편을 엮어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