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나무 아래로 매미들 박수 소리 소나기처럼 쏟아지네

그 소리 흠뻑 맞으며 엄마 아빠 어린 딸아이가 지나가네

몸집에 맞게 크기가 다른 캐리어 하나씩 끌고 가네

몇개의 나무 밑을 더 지나가면 인천공항 버스가 기다리네

젊은 아빠는 연신 시계를 보며 비행기 탑승시간을 계산하고

엄마는 휴가지에서 입을 옷과 모자 그리고 선글라스를 생각하네

딸아이는 남국의 과일과 악어농장 코끼리 타는 상상을 하네

열섬이 된 도시는 주민들을 추방하고 매미들이 점령하네

괌 바다, 피서객의 물장구가 태풍의 눈 하나 새로 만들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몽골 초원에서 말을 달리네

아이슬랜드 해변길 트레커들 검은 북극해를 바라보고

겨울을 만나러 호주로 떠난 사람들 옷깃을 여미며 골드코스트를 거니네

북해도 골프장에서는 라운딩을 잠시 멈추고 붉은 여우에게 먹이를 주네

인천공항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른 비행기들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