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신전神殿

라오스,

평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흙벽돌 불탑들을 보고 왔다

북한강가 마을 앞 무성한 나무들도

탑처럼 서있다

불심佛心 깊은 나무는

수종사 가는 길 옆에 있다

산기슭을 지키다 가지를 들어올려

숲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염주알 만한 열매 매단

나뭇가지에 앉은 산새들

부리 부딪히며 목탁소리를 떨어뜨린다

매미는 염불 잘하는 주지스님처럼

숲에 눌러 앉아 있고

안개,

물안개를 밀어내는 아침 햇살이 몰려오면

들꽃들 강단 講壇 앞으로 모여든다

큰 스님의 설법 기다리는 개망초꽃무리

풍경소리에 일제히 일어나 합장한다

죽비처럼 한줄기 바람

등 두드리며 지나가면

나무 사원의 아침은

청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