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順방향 티켓이 없어
역방향 기차 좌석에 앉는다
젊었을 때는 멀미나던 자리
지금은
뒤돌아 앉는 자리가 편하다
얼굴과 가슴으로 온통 밀려오는 풍경들
이제는 벅차다
다가오는 것들 보다
멀어져 가는 풍경이 좋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 아슴해지고
창으로 노을이 번진다
갈대들은 돌아 앉아 사라지고
새들도 가뭇없이 흩어진다
등 뒤로 부딪혀 오는 것들은
그나마 견딜 수 있다
기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나는 등으로 밀고 들어간다
금세
떠나온 곳이 어른거린다
작아져 가는 야산과 마을들
남기고 온 작별인사와
뒤돌아서 눈물 훔치던 모습이
서럽다
모든 것들은
등 뒤에서 나타났다가
철로변 전봇대와 함게 밀려간다
그렇게
가슴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가 버리는 인연이
차라리 편안하고 소중한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