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불두화 닮으려다

수두증에 걸린 꽃

 

꽃 한 송이 머리에 이지 못하고

널브러진 줄기들

한데 모아 묶어준다

 

부실한 등줄기

허약한 목

꾸벅꾸벅 졸다

땅에 이마 부딪히는 꽃

 

부처님의 큰 지혜 따라가지 못하고

만개한 번뇌 털어내지 못하고

함박하게 멋 부린 사치

 

견딜 만큼의 아름다움이란

대체 어느 정도 무게일까

 

과식 후 춘곤증처럼 밀려 오는 잠

저항하지 못하고 꺾이는

꽃대

 

제 몸 하나 홀로 지탱하지 못해

서로 의지하며 정진하라 잡아준 손

 

그제서야

죽비 소리에 고개 드는

절간의 학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