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삼거리

구시가지가 늙어가네

 

검버섯이 퍼져가고

비어가는 건물들

 

옹진 여인숙이 문 닫고

순금당이 폐업했네

 

붉은 간판에

한자漢子로 세겨진 이름표 달고

조선족 모으는 술집이 들어서지만

 

그 기세는 미미하네

 

신도시로 이사간 사람들

가끔 추억하러 오지만

그때 없었던 쓸쓸함이 낯서네

 

골목길을 느리게 내려오는 노인이

익숙한 등대처럼 허리를 세우네

 

지탱하지 못하고

푸석푸석 쓰러지는 소리 전하는

부고가 자주 오네

 

돌잔치 초대장은 가물하고

자꾸 늙어가는 삼거리

 

깜박거리는 저 가로등

오늘밤 사라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