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저장

선루프를 열고 출근길을 달려요

 

이른 아침의 싱싱한 매미소리가

통꽃으로 지는 능소화꽃처럼

뚜욱 뚝 차 안에 쌓이죠

 

햇볕이 닿기 전

떨어진 꽃잎은 살아있는 것처럼 선연하죠

 

풋풋한 매미소리 가득 차면

소리의 입구를 막고

후다닥 차문을 닫으며 내리죠

 

날개 비벼대서 만든 음표들

여치처럼 푸드덕푸드덕 뛰어 오르며

차 속은 온통 스테레오 사운드로 반향되죠

 

소리는 여러가지 용기에 담을 수 있죠

 

친구가 USB에 담아 보내준

젊은 날의 노래는

퇴근길에 들을 수 있죠

 

지나간 사랑이 남긴 말도

마음 안에 저장되어 있다가

불현듯 소리를 내죠, 생생하게

 

LP판의 주름 속에

아니면 CD에 디지털 신호로 숨겨진

소리들은 언제든지 꺼내 들을 수 있죠

 

사랑한다는 말 채곡채곡 남겨주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음성은

가끔 눈물로 재현되죠

 

찬찬히 목소리

눈물방울로 떨어지죠

 

어머니가 내 마음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가셨다면

지금 어떤 소리로 재생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