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분만실에서

시집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 중 [분만실에서] 시낭송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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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에서

-최준렬

성큼 걸어 나오지 않고

아주 긴 시간

느리게 하강한 너를

맞으러 서 있다

너는 내가 받아낸

수많은 생명 중의 하나

첫울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네 모습을 바라본다

묵직한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순수하고도 거룩한 인생에서

네가 처음으로 잡은 손

내 손가락을 움켜쥐는

너의 무한한 신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다

그것도 잠시

너를 엄마 품에 안겨준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

엄마의 가슴은 천국이다

너의 등을 쓸어주고

태명(胎名)을 예쁘게 부르면서

사랑한다 말하면

너는 대답하듯 크게 운다

사랑이 피어나는

아침 꽃밭을 본다

긴 진통의 여행을 끝낸

너와 네 엄마는

얼굴을 마주 보고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