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녹 덕지덕지 붙어 있던
번뇌
어느날 사라졌지
마음의 독毒
문득 빠져 나갔지
그날은 하루종일
자고 또 잤지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믿기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났지
잠으로 들어가다
멈칫멈칫 꼬이던 스텝 사라지고
뱀의 비닐처럼 스스르 미끄러져
들어가는 잠의 늪,
헤어나올 수 없었지
욕망과 분노가 빠져나간
앙상한 손가락으로
산들바람을 긁어 모았지
호수 위 나룻배처럼
저 홀로 일렁이던
마음의 수평을 바라 보았지
무음으로 돌아가는 흑백 스크린이
꿈 속에 펼쳐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