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

안개에 잠긴 숲

낮달처럼 떠있는 태양

이슬비에 적시는

작은 새소리 하나하나가

푸른 이끼로 자라고

오늘 아침

새들이 만들어낸 신생新生의 언어 같은

연둣빛 나뭇잎이 돋아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커억 울음을 떨어뜨린 가지마다

산목련 꽃 피어나고

때죽나무 군락은

탁발 다녀 온 스님들의 모습이다

풍경소리처럼 이따금 들려오는

새들의 청명한 울음소리

보이지 않는 사찰로 걸어가고

안개 속으로 떠난 사람들이

긴 한숨으로 밀어 올린 넝쿨들

나무의 숨을 조이기도 한다

바다를 건너 온 남방 새가

뚜욱 떨어뜨린 씨앗

성년의 나무가 되어

이민자처럼 홀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