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

강변은 서로 쳐다보지 않고

평행선을 그으며

바다로 흘러간다

길가 촘촘한 철책선도

평행이다

굽이가 나타나면

잠시 일그러지는 평행

그때마다 어김없이

사각형 참호가 나타나

좌표를 수정하고

철탑 사이를 이어주는 전선처럼

금단의 울타리가 늘어지면

키 큰 망루가 불쑥 나타나

잡아당기는 긴장의 길

능선을 지나가는 휴전의

황톳길도 팽팽한 평행이다

떼어놓아야 겨우 유지되는

거짓 평화를 걷어내려 달리던

경의선 선로 위 철마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만나지 못하는

마음의 평행선 앞에서

녹슬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