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까지 한번도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도착해서
인증 사진을 찍둥 몇 컷 카메라를 누르고 나면 그때부터 마음이 느긋해진다
산책하듯 9km를 되짚어 오면
내 집이 있다
더워지기 전에 출발하려고
아침 요기가 간단했으니
나의 최애 카페를 찾아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북한강의 잔잔한 수면과
철교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열차를 멀리서 바라보며
코코넛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라솔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호사란
과분한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이다
서두를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일요일 오전의 시간,
해찰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갈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무꽃 위를 나는 흰 나비와
구름처럼 떠다니는 건초 냄새 사이를 걸으면 유년의 시절에 가 있다
트러스트교인 북한강 옛 철교를 걷고 있으면
강바람이 더없는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철교 위를 수 많은 라이더들이 줄지어 양평쪽으로 페달을 밟고
인도로 구분된 길을 걸으면
운길산역에서 내려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저기요,
물의 정원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내 나이쯤의 날씬한 여자와 그보다 몇살 더 드신 여자분이다
당연히 두물머리로 가는 길목이라
내가 다녀왔던 4km를 설명했다
아니에요
두물머리가 아니라
물의 정원요
그렇지,
반대 방향으로 오신 거예요
제가 가는 길이니 따라오세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여자의 대화를 엿들으면
케미가 잘 맞았다
언니뻘인 여자는 연꽃과 수련의 차이점을 나에게도 설명했고
가을에 와서 보았던 드넓은 코스모스꽃밭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연꽃과 수련 사이에 군집을 이루고 떠있는 애기마름을 설명해주었다
뒷 배경이 아주 아름다운 액자형 포토존에 앉아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사진을 찍는데 낯선 남자 앞에서 긴장했는지표정이 굳어 있었다
자~~ 여기 보세요
호로로 까꿍 !!!
예기치 않아서인지 크게 웃는 얼굴이
환하게 찍혔다
사진을 돌려보더니 인생샷을 건진듯 기뻐했고 강을 등지고 앉아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나도 가야할 길이 5km쯤 남아서
오늘의 봉사활동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가 돌아서자
오늘 사진촬영해주신 수고비 나중에 청구하지 마시고 오늘 해결하겠다며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치즈, 김치라는 미소짓게 만드는 말은 들어봤지만
'까꿍' 이라는 말은 처음들어봤다고 웃었다
그때부터 나를 '까꿍님' 이라고불렀다
처음이 아닐거에요
둘 사진 찍을 때 생각나지 않으세요?
함께 웃었다
조금 떨어진 커피숲에 갔지만 장마 예보가 있어서인지 open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형태의 유기농 농작물 판매겸 음료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캠핑용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에 있는 시금치 주스가 낯설어 호기심에 시켰는데 다들 같은 메뉴로 통일해 주었다
시원하고 약간 시큼한 맛이 갈증을 확 날려버렸다
저희는 용산 성당에서 만난 사이예요
친구처럼 지내고 날씬한 분이 레지오 단장을 했다고 했다
영세명으로 서로 소개했지만
여자분들의 영세명은 처음 듣는 거였고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마리아 젬마 이사벨라 아가다 안나
였다면 기억하기 쉬웠을 텐데
갑자기 내 핸드폰이 울렸다
일요일이면 침묵 모드에 들어가는
내 전화기가 소리를 냈다
뒷집 김 회장님이 점심 식사를 하자고 했다
1시간 후에 도착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두 여자분이 누군지 궁금해했다
소개시켜 드릴까 물었더니 쌍수를 들고 좋아했다
김 회장님께 다시 전화해 소개드릴 두분의 여성이 있으니 같이 식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무더운 날씨에 오래 걷지 못할 것 같다며 운길산역까지 가는 교통편을 묻던 여자분들의 걸음걸이에 힘이 실렸다
절대 귀찮게 하지도 피해를 주지도 않겠다며 내 전화번호를 물었다
성당의 자매님들이니 그것도 유아영세를 받은 분들이니 번호를 주어도 별 일은 아닐 것 같았지만
장난스레 뒷자리 네개만 알려주자
아주 무서운 직장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처음 들어보는 말을 했다
길가의 식물들 이름을 알려주었다
삼색버들 화살나무 갈대 수크렁 창포
부들 개망초 등
쉬어가는 나무 아래 벤치에서 두 분은 나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농대 임업과를 나와 안기부 같은 권력 기관에서 근무하고
성당에서는 여성단체에서 봉사활동하는 사람이라 했다
재미있는 추측을 들으며
북한강을 거슬러
마음정원 들꽃정원을 차례로 걸었다
시나리오 없는 한편의 예능을 찍듯이
즐거운 수다가 따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