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두기3

어디에도 마음두지 못하고

허청허청 걸어 다니던 시절 있었다

 

마음 다잡아보려고

좌우로 머리 세차게 흔들며

다시 한 발 내디뎌 보지만

 

헛것을 쫓듯 매번 다리 풀리던 날

마음 빠져나간 허깨비처럼

허방을 디딜 때면

술을 마셨다

 

잠시

마음을 덥혀주던 위로

그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마냥 지켜봤던 무위無爲

 

마음 둘 수도

마음 거둬들일 수도 없었던 무력無力

 

마음 흐름은

그냥 지켜보는 것이라고 중얼거렸던

한낮의 권태가 지나고

끝내 마음 가져오던 저녁

 

그건 마음이 떠난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음 그만두기,

그만두어야할 때를 알지 못하고

그만두지 않아서 생기는

낭패란

 

마음은 또 어디론가 흘러간다

어딘가에 도착해 씨앗처럼 뿌리내리는 모습

다시 보았을 때

 

그만두는 것이

결코

그만두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마음도 한곳에 오래 머무르면

주체할 수 없는 몸집이 된다

빠르게 분열하면서

숙주를 파멸시키는 암세포처럼

 

마음두기를 그만두지 않았을 때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전이되어

병기病期를 높여가던 긴장

 

마침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초취하게 남는 마음의 몰골이란

 

받아주지 않는 마음두기의

서글픔을 아는가

 

그 후론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마음이 끌고 가는 원동력이 사라져

무연히 해찰하던 날

 

문득

너무 멀리 떠나버린 마음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마음이 떠났다는 것은

실은 모든 것이 떠난 것이다

 

마음이 떠난 사람은

떠나게 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