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달라는 말 

아기를 지우러 왔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뱃속의 아이를 지워주세요

 

또 긴 침묵이 흐른다

 

아기를 지우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도화지 위에 그려진 아기인가요

지우개로 지우듯 그냥 지워지나요

지워야만 다른 아이를 그릴 수 있나요

 

소리 없는 말을 한다

 

지우고 정리하고 싶어요

 

사랑이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거라면

사랑일까요

 

그녀에게 가 닿지 않는 말을 한다

 

그게

파탄난 사랑을 지우는 방식인가요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를 찾아가

칼춤 추는

그런 지우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