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나를 등지고 돌아서서
천장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울었다
굵은 눈물방울을 닦아내는 손들이
무거웠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준 후에야 평정을 되찾고 '알았다'고 말했다
절박유산증으로 검사와 안정을 거듭하면서 태아의 규칙적인 심장박동을 들려주고 증상이 호전돼 2주 후에 산전검사를 하기로 했던 외국인 임신부
오늘 오전에 일주일을 앞당겨 내원했다
아기를 다시 보고 싶어요
초음파 검사를 했다
예상치 않게 태아의 심장은 멈춰있었다
아기 심장이 뛰지 않네요
아기 괜찮은 거지요?
아기 심장이 멈췄어요
우리 아기 괜찮지요?
통역이 필요없는 말을 우리는 계속 주고 받았다
태아가 죽은 계류유산이다
내일 아침에 금식후 수술하러 오라고 설명했던 동남아 임신부는 그날 오후에 남편을 데리고 다시 왔다
선한 얼굴에 눈이 큰 부부는 다시 한번 아기를 같이 보고 싶다고 했다
뻔한 검사지만 그들이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초음파 검사를 다시 했다
화면에 컬러를 띄우고 도플러를 들이대면서
태아의 심장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외국인 남편은 순한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저는 한국에 온지 4년 되었어요
아내는 17년 되었고요
아내는 한국 국적을 가졌어요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진료기록부에 있는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 궁금해서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 물었다
캄보디아에서 왔다고 했고 아내는 한국인 전 남편과 아기 하나가 있고 이혼한 후에 자기와 재혼했다고 했다
너무도 순한 얼굴에 순수한 웃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오곤 했던 부부
이루지 못했던 첫 사랑을 뒤늦게 되찾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원할 때마다 너무 행복한 표정의 그들에게
열 명 중 한 명은 이렇게 자연유산이 된다
엄마의 뱃속에서 살 수 없는 아이는 대부분 건강치 못해 스스로 도태되는 과정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위로해주었다
잊어버리시고
다음에 엄마 아빠를 닮은 건강한 아이를 갖으세요
둘은 다정하게 손잡고 진료실을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