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일기 41 

오늘, 두 번째 환자 예진표가 모니터에 떴다

 

아기가 한 명 있고 자가진단검사에서 임신을

확인하고 오신 41세 초진 환자다

 

이런 경우 환자를 만나기 전부터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불안이 서성거린다

 

임신은 큰 축복이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아기가 있고 둘째를 가졌으니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문진하는 것보다

임신부의 표정부터 예민하게 살피며

환자의 마음을 탐색해야 한다

 

임신을 축하하고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초음파 동영상을 녹화하고

산모수첩을 정성껏 작성해주면

 

아기를 안 낳을 건데요~~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말하는 임신부가 가끔 있다

 

그렇다고 아기를 낳기 원하느냐

먼저 물어보는 무엄함을 저지르는

야만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안녕하세요?

아기를 가지셨군요?

먼저 초음파검사부터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촉수를 예민하게 세워

임신부의 표정과 응답을 살핀다

 

첫 아이를 어려움 없이 가졌고

10년간 임신이 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임신이예요

 

아! 기적 같은 축복이군요

새해 큰 선물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분주하게

그 분의 미세한 정보를 모은다

 

참 신기해요

어떻게 10년 만에 갑자기 임신이 됐는지

 

임신부의 얼굴에 언뜻 미수가 지나간다

 

큰 아이도 좋아하겠어요

동생이 생겼으니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아서 기쁜 마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깜깜한 아기집에 2mm 크기의 태아가 보이고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빛처럼

심장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 위에 도플러 커서를 올려 놓으니

태아의 심장박동이 증폭되어 큰 소리를 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진료실 의자에 앉은 임신부는

임신한 지가 너무 오래 돼서

임신과 육아를 다 잊어버렸다 했다

 

이제 점차 하나씩 생각이 날 거예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저희 병원 까페에 가입하셔서 질문을 올리세요

 

원장님의 시를 잘 읽고 있어요

 

아! 그러세요

어디서요?

 

병원 카페에서요

 

제 시를 읽어보는 사람이 적어

이제 그만 카페에 올릴까 해요

 

아니예요, 계속 올려주세요

아주 좋아요

 

그런 칭찬을 들으면

저는 무척 행복하고 힘이 나요

 

다음 내원일과 그때 해야할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다시 한번 축하드렸다

 

태아의 첫 모습 초음파 사진과

힘찬 심장 박동소리가 녹화된 영상을 담아드렸고

그 분은 진료실을 나갔다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

내 첫 시집에 사인해서 직원에게 전해드리라

하고

 

다음 환자 진료가 끝나자

 

그 임신부는 가지 않고 기다리다가

다시 진료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며

 

원장님,

시집 선물 고마워요

 

나에게 선물 같은 말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