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이 되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전 진료가 좀 늦게까지 이어졌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진료를 받고 가는
대여섯 명의 환자들이 타고 있었다
서둘러 걸친 가운의 깃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바로 잡아줬다
돌아보니 조금 전 내가 진료한
84세 할머니셨다
아휴, 감사합니다~~
골밀도 검사를 원하셨고
그 검사가 당연히 보험이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도
보험으로 검사하면 보인 부담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셨던 분
진료비가 얼마인지까지 내가 설명해야 하나
좀 언짢기도 했고,
또 점심시간 전에 골밀도 검사 결과지를
볼 수 있을까 짜증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지는 많이 늦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골다공증이기기는 했지만
그 연세에 비해서는 아주 경미한 정도였다
큰 키에 과하지 않게 화장하신
좀 수줍어하는 듯한 소녀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가는 짧은 침묵을
조금 전 그 할머니가 깼다
원장님은 참 멋지세요
탈랜트 같아요
어이쿠 황공하신 말씀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다른 분들이 다 듣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재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그 할머니께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드렸다
원장님,
식사 맛있게 드세요
좀 민망하기도 해서
네,
짧게 인사하고 도망치듯 당직실로 뛰어갔다
당직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으며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진료를 빨리 끝내기만을 재촉했던
나에게
할머니는 듬뿍 애정을 주셨다
주객이 전도됐다
불편해서 오신 분을
내가 많이 배려하고 위로해야 했는데
거꾸로 환자가 의사에게 호의를 보여주셨으니
나는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하는데
왜 환자분들은 그렇게 불평이 많을까
서운했던 때가 많았었다
이렇게 변변치 못한 나를
사랑해주시는 환자분 계시다니
그 사실을
늦게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