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일기 33

접수된 환자의 초진 챠트를 일견했다

7살에 한번 내원했던간단한 기록

 

호명된 환자가 들어왔다

 

오늘의 나이는 22세,

건강한 체경의 아름다운 숙녀다

 

불편한 증상을 묻기 전에

아주 먼 옛날의 짤막한 기록을 보면서

 

7살 때 우리병원에왔었는데

혹시 기억나는지를 물었다

 

네, 기억나요

그때 철봉에서 놀다가 다쳤는데

얼마나 아팠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고

엄마 손을 잡고 이 병원에 왔던 것도 생각나요

 

엄마의 손을 잡고 두려움에 떨며 내원했던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15년만에 어엿한성인이 되어 찾아왔다

 

그 아득한 세월은

겨우 진료기록부 한 줄의 간격 속에

고요히 고여있을 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기간이다

 

15년간의 내 세월이파란만장했거나

내 생애 가장 빛나는 황금기였을 수도 있듯이,

내 앞에 앉아있는 숙녀가 된 소녀의 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을수도 없다

 

그냥 동화 속의 만남이거나

헤어진지 오래된 친척을 만나 것 처럼

따뜻했다

 

숙녀가 되어 찾아온 그 소녀도

이 자리에 그대로 앉아 나이 들어가는

나를 보고 신기했거나 반가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주 와서도 안되는 곳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온 환자들의 긴 세월이 단락된

진료기록부를 한참 들여다 보다

얼굴을 바라보며

내 뇌리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먼 옛날의 얼굴을

찾아보곤 한다

 

오랜 된 일들을 아슴히 추억해보기도 하고

서로 만나지 못한 긴 공백기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