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기억나세요?
30년 전이네요
제가 첫아이를 낳고 입원실에 누워 있는데
같은 층에 있던 수술실에서 불이 났어요
그때 제 남편이 소화기로 불을 껐어요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트레이tray에 알코올을 부어
작은 수술도구들을 화염소독했다
그때 일어났던 일
원장님이 받아줬던 아이가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왔어요
공부도 잘하고 아주 훌륭한 아들이예요.
아! 원장님은 주식을 하지 않으시죠?
절대 하지 마세요
원장님이 산부인과 제 주치의이듯이
제 내과 주치의 선생님이 계세요
그 분은 진료실에 진료용 모니터와 주식상황 모니터
두 개를 켜두고 계세요
점심시간에도 증권거래소에 가 계시는데
지금 크게 아프셔서 병원 문을 닫았어요
원장님은 절대 주식을 하지 마세요
네, 저는 주식거래를 할 줄도 모르고
또 절대하지 않을게요
진료기록지 일련번호가 1만번대이면
30년 넘게 나를 찾아주는 환자분들이다
신혼의 아름다운 새댁시절
임신과 분만으로 만났던 분들
자궁암과 유방암 검사를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오던
중년
완경이 되어 가을 단풍처럼 홍조띤 얼굴로
손부채를 하며 호르몬보충요법을 상의하며
한 생애를 지켜보면서
이제는 젊어보인다고
서로를 응원하는 진료실 풍경이 바람에 밀려 흘러가는 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