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일기 17

제가 송파구로 이사가야 해서

더는 원장님께 올 수 없어요

 

오랫동안 원장님께 감사했어요

 

아, 그러세요

저희 병원을 꾸준히 이용해주셔서

제가 더 고맙지요

 

원장님,

저는원장님의 열렬한 팬이예요

원장님 시집을 다 사서 봤어요

 

아~~

그러셨군요

감동입니다

 

처방전과 검사지를 copy해서 드리면서

뭔가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초진 환자처럼 기억이 거의 없는 분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우리병원을 찾아오는 이유도

대부분 여성호르몬제 처방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내 진료실만 꾸준히 들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과장님 진료실을 골고루? 이용한

무난한 분이시다

 

그것도

14년 동안이나

 

오늘 굳이 내 진료실로 들어온 것도

내 열렬한 팬이었다는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 였을 껏이다

 

대면 대면 지내다가 전학가는 날

갑자기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휭~~ 가버린 소녀처럼

 

의사인 본업보다

부캐인 시인 나를

더 좋아했던 환자

 

순식간에 예측할 수 없게

나를 황홀하게 흔들고 지나간

그분

 

지금 곰곰이 생각해봐도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마음두기’

내6 시집에 정성스럽게 사인해서

선물로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