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다리 사이에 성냥골처럼 뾰족한 게 보이죠?
고추예요
표정을 볼 수 없는 깜깜한 초음파실의 공기를
까르르 임신부의 웃음소리가 즐겁게 흔들었다
원장님께서 제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초음파를 보시면서 고추가 보이지 않네요
그렇게 말씀하셨겠네요?
임신 15주의 젊은 임신부의 목소리는 밝았다
저희 사 남매 모두를 원장님께서 받아주셨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아!
얼마나 아득한 세월이었던가
원장님께서 제 아이도 받아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요,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분만실을 지키기엔 제 나이가 많고 힘들어서
2년 전에 분만실을 닫았어요
제가 받았던 아이가 성장해 결혼하고 임신해서 오면
그 아이를 제가 또 받았던 일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저희 병원에 제가 받았던 직원 세 명이 동시에 근무한 적이
있었어요
내가 받았던 직원들을 드러내놓고 편애했었지요^^
참 긴 세월이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