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일기 11

여기,

두 다리 사이에 성냥골처럼 뾰족한 게 보이죠?

고추예요

 

표정을 볼 수 없는 깜깜한 초음파실의 공기를

까르르 임신부의 웃음소리가 즐겁게 흔들었다

 

원장님께서 제가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초음파를 보시면서 고추가 보이지 않네요

그렇게 말씀하셨겠네요?

 

임신 15주의 젊은 임신부의 목소리는 밝았다

 

저희 사 남매 모두를 원장님께서 받아주셨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아!

얼마나 아득한 세월이었던가

 

원장님께서 제 아이도 받아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요,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분만실을 지키기엔 제 나이가 많고 힘들어서

2년 전에 분만실을 닫았어요

 

제가 받았던 아이가 성장해 결혼하고 임신해서 오면

그 아이를 제가 또 받았던 일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저희 병원에 제가 받았던 직원 세 명이 동시에 근무한 적이

있었어요

 

내가 받았던 직원들을 드러내놓고 편애했었지요^^

 

참 긴 세월이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