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진료 시간에
이름을 기억하는 환자가 아주 오랜만에 왔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많이 보고 싶었어요~~~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지금은 은퇴했지만 경북에 있는 대학 강의가 있어
요즘 산불로 난리난 의성으로 이사갔었어요
아참,
원장님이 받아준 서른 살이 넘은
제 둘째 아들은 아주 훌륭하게 성장해
얼마 전 결혼했어요
며느리도 병원에 근무하고
이곳 시흥에 살아요
제가 아기를 가져 원장님께 왔듯이
며늘 아이도 원장님께 올 거예요
몇 십년 전이죠?
인천예술회관에서 지0란 님 미술 전시회에 가서 뵌게
마지막이었나요?
맞아요,
가을이 깊어 갈 때 사모님이랑 함께
제 전시회에 오셨어요
저는 30년 전에
원장님이 이렇게 크게 성공하실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성공한 건 아니고요
그냥 그럭저럭 만족하는 정도죠
제가 아기를 낳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원장님께서 밤 10시쯤 되면 오셔서
이불 속 방바닥에 손을 넣어보고
춥지 않으시죠?
그렇게 묻던 기억이 있어요
그랬던가
무뚝뚝한 내가 그렇게 다정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 당시 산모병실은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 인기있었다
그래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내가 묻자
아참, 원장님께 선물 가져왔어요
‘의성흑마늘진액고’ 한박스를 내민다
이번 산불로 피해 입은 것은 없나요?
제 작업실이 몽땅 불타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혹시 제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원장님께서 그런 뜻이 있으시다면
‘의성마늘진액고’를 싼가격으로 askg이 구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계획했던 축제도 취소됐으니
그래요
그렇게 산불 피해가 심한데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게요
그런데,
저는 흑마늘을 팔러 온 건 아니고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자궁암 유방암검사를 하러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