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일기 10

오전 진료 시간에

이름을 기억하는 환자가 아주 오랜만에 왔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많이 보고 싶었어요~~~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지금은 은퇴했지만 경북에 있는 대학 강의가 있어

요즘 산불로 난리난 의성으로 이사갔었어요

 

아참,

원장님이 받아준 서른 살이 넘은

제 둘째 아들은 아주 훌륭하게 성장해

얼마 전 결혼했어요

 

며느리도 병원에 근무하고

이곳 시흥에 살아요

제가 아기를 가져 원장님께 왔듯이

며늘 아이도 원장님께 올 거예요

 

몇 십년 전이죠?

인천예술회관에서 지0란 님 미술 전시회에 가서 뵌게

마지막이었나요?

 

맞아요,

가을이 깊어 갈 때 사모님이랑 함께

제 전시회에 오셨어요

 

저는 30년 전에

원장님이 이렇게 크게 성공하실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성공한 건 아니고요

그냥 그럭저럭 만족하는 정도죠

 

제가 아기를 낳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원장님께서 밤 10시쯤 되면 오셔서

이불 속 방바닥에 손을 넣어보고

춥지 않으시죠?

그렇게 묻던 기억이 있어요

 

그랬던가

무뚝뚝한 내가 그렇게 다정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 당시 산모병실은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 인기있었다

 

그래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내가 묻자

 

아참, 원장님께 선물 가져왔어요

‘의성흑마늘진액고’ 한박스를 내민다

 

이번 산불로 피해 입은 것은 없나요?

 

제 작업실이 몽땅 불타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혹시 제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원장님께서 그런 뜻이 있으시다면

‘의성마늘진액고’를 싼가격으로 askg이 구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계획했던 축제도 취소됐으니

 

그래요

그렇게 산불 피해가 심한데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게요

 

그런데,

저는 흑마늘을 팔러 온 건 아니고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자궁암 유방암검사를 하러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