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여러해살이풀이 아닌

어머니는

한 생을 살다 가셨다

어머니가 비워놓고 간 침대에 누우면

등을 쓸어주는

풀줄기 마디같은 손길이 있다

신생아처럼 잠을 자다

어머니의 도마소리를 닮은

누나의 주방소리에 눈을 뜬다

아직도 애완견처럼 주인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심어 놓은

제라늄

커튼을 열자

창을 밤새 긁었을 꽃잎,

손톱처럼 붉게 물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