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새소리 채집하러 숲길로 가죠

옆 창을 열고 천천히 달리면

차 안 가득 소리가 모아지죠

가끔 바람소리가 지직지직 섞이기도 하지만

 

너무 빨리 달리거나 뒷창까지 열면

소리는 담을 수가 없죠

 

방전된 연료 셀cell을 채우러 충전소에 가죠

콸콸 쏟아붓지 못하고 시냇물처럼 흐르는 전류는

어느새 빵빵하게 전압을 올려

게이지는 푸른색으로 넉넉해지지요

 

공복처럼 허전한 마음은 사랑이 고플 때죠

그럴 땐 강가로 드라이브를 해요

밀려오는 것과 떠나간 것은 앞뒤를 다투지요

 

카라멜은 큐빅 안에 달콤함을 품고 있어요

그래서 몹시 외로울 땐 황급히 호주머니를 뒤지곤 하죠

 

꽃잎을 모으러 벚꽃길을 몇 번 달려본 적이 있어요

떨어지는 꽃잎은 무거워

모든 창문을 내리고 몇 바퀴를 돌아도

빈한한 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지요

 

초록 숲에 퍼지는 소리는 가볍고 눅눅하기 않아

잠시 길을 달려도 차 안 가득 채울 수 있죠

 

집에 있다가 숲이 그리워지면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문을 조금 열어 틈새로 새어 나오는 싱싱한 새소리를

아껴 감상할 수 있죠

 

귀바퀴로 모은 소리들은

동굴 같이 중이 中耳에 잠시 머물다

LP판 처럼 주름진 뇌에 저장되죠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은 여운이 깊은가 봐요

 

곤궁한 마음을 채우러 갈때는 전기차를 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