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성황당

노란 추모글들이 돌탑을 만드네

오래된 소나무처럼 서있는

큰 건물

그 아래

옹색한 서낭당이 있네

오늘 생일케익을 받은 자는

입맛을 잃어버렸네

죽음은

온전히 죽은 자들의 몫

그래서 침묵이 쌓이네

염주처럼 굴러 내리는 염불과

한칸씩 늘려가는 묵주의 연도 소리

가끔 비처럼 뿌리고 가네

그 소리가

살아있는 이들의 눈물이 되네

누군가는

이제 집에 돌아가라고

교통비를 두고 가네

기도를 드리고 쳐든 눈에는

저녁 노을이 뜨네

할로겐 가로등이 불을 밝히면

산 자들은 들려오지 않는 장송곡을 멀리하고

재즈 음악을 쫓아

좁고 경사진 길을

걸어 오르네

그 길에

한숨인지

허망인지

담배연기 가득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