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떠나고
나는 남아 있다
산 그림자 길게 내려와
어깨에 손 얹어주고
숲으로 가는 길, 초승달은
산등성이에 걸어 놓은 해먹에 앉아
흔들리고 있다
나도 가야 했다
사랑도 끝이 있는 거라고
헤어짐은 기어코 찾아온다고
뻐꾸기 울고 있다
나도 너처럼 일어 났어야 했다
네가 떠난 자리에
능소화 꽃잎 떨어지고
나는 멀미처럼 어지럽다
꽃이 진 자리
무심히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머무르지 않는 게 바람이라고
일순 섞었다가 흩어지는 거라고
머물러 있으면 없어지는 게
바람이라고
사랑도 그런 거라고
아픔은 남아 있는 자의 것
어두워지는 산이 쪼그려 앉아 기다리는 것은
별처럼 돋아나는 얼굴
자글자글한 그리움의 보폭으로
개구리 울어댄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끝내 해독하지 못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