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어둠보다 밝고
빗줄기보다 어두운
안개 속
떠도는 혼령들의 입자가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사라지는
군무群舞
농무濃霧는
나를 감싸고 가두고
길을 막아선다
비행하지 못하는 새
허기진 울음 촉촉이 젖어
물방울로 떨어지고
어느 땐
자작나무 줄기 언뜻 보여주다가
숲속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혼몽하게 모든 것들을 감추는
물의 미분자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희뿌연 세상
끝이었을까
사구 沙丘를 기어오르는 파도자국
아슴한 기척이 들리는데
이게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