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수목장

생졸生卒의 세월이 짧은 표찰을

묘비처럼 달고 서 있는 나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의 해수욕장을

내려다 본다

비목碑木에 새겨진 이름 아직 선명한

스물 다섯 살의 여자

케익처럼 예쁘게 잘라놓은

수박 옆에는

캔커피 두 개가 놓여 있다

썰물이 만들어 내는

물결 웨딩 드레스를 입고

숲에서 걸어나와 녹색 카펫을 밟고

백사장으로 가는 길

신부 손을 잡고 걸어간 청년은

넓은 모래톱 한가운데 펼쳐진

하얀 파라솔 아래

홀로 서있다

작은 파도가

화동花童처럼 앞장서 걸어가는

단조로운 행진곡

붉은 노을이 질 때까지

이어지는 피로연에

갈매기 몇 마리만 찾아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