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서 산으로 갔지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꼼짝하지 않고 기댜려 주니까
찾아가기 쉬워
눈 꽃이불 덮고
숨소리 고르게 잠자고 있는
산에 들어가면 소란을 피울 수 없어
뽀드득 소리 조심히 남기며
산속 깊이 들어가면
순결한 발자국 따라오지
우지끈 끊어진 설해목이 발을 막곤 해
무성한 잎들 털어내지 못한 소나무
습설의 무게 견뎌내지 못해 골절된 사지
아무렇게나 덜렁거리고 있지
어느 때는
무거운 눈뭉치 푸드덕 포탄처럼 떨어뜨리지
나는 혼자 걷고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숲으로 숲으로 깊이 들어가면
겨울의 한가운데 도착하지
거기에는
무겁고 차가운 침잠이 내려앉아 있어
너는 멀리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