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강가에 추모비가 있다

 

어느 여름날 물살에 휩쓸려간

푸른 목숨 기억하는

정갈한 대리석

 

힘 있게 애끓는 청춘의 시詩가 세겨진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사람

지켜보는 큰 나무가 있다

나무는 작은 청동종

두 개를 들고 서 있고

지나가는 나그네 이따금 종을 울려

죽은 영혼을 깨운다

 

백발의 어머니와 딸은

나무 그늘 아래 추석 음식 펴놓고

앉아있다

 

강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수면

응시하는 눈이 자꾸 젖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