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기 7

마른 풀 위에 내려앉은

겨울 햇살

눈 가득 담아 왔던 밤

 

깊은 잠을 잤다

 

잠들지 못할 때는

한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고

거기에

내 생각을 얹으면 자꾸 무거워졌다

 

생각이라는 것이

실은,

너무 변덕스러워 헤아릴 수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은

잠을 몰아내는

무용한 것

 

침대에 누워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생각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그만두고

그 생각도 그만두면

그만두어야 할 것들만

자꾸 떠오르는 생각들

 

이제는

환한 햇살과

가벼운 오리털 파카와

이불의 감촉을 탐닉한다

 

생각을 버리고 감각을 따라가면

어둠은

고요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했고

 

나와 잠과 밤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