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풀 위에 내려앉은
겨울 햇살
눈 가득 담아 왔던 밤
깊은 잠을 잤다
잠들지 못할 때는
한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고
거기에
내 생각을 얹으면 자꾸 무거워졌다
생각이라는 것이
실은,
너무 변덕스러워 헤아릴 수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은
잠을 몰아내는
무용한 것
침대에 누워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생각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그만두고
그 생각도 그만두면
그만두어야 할 것들만
자꾸 떠오르는 생각들
이제는
환한 햇살과
가벼운 오리털 파카와
이불의 감촉을 탐닉한다
생각을 버리고 감각을 따라가면
어둠은
고요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했고
나와 잠과 밤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