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게 된다

물처럼 간격 없이

적요寂寥로 둘러싸인 영원 속으로

흐른다는 것을

언젠가

물안개가  농밀하게 피어오르는 아침

분분한 소란처럼 지나갈

하루의 시간을 예감하기도 하지만

빠르게 달려가는 열차가  

떨어뜨리고 간

큰 소음 같은 시간도

강물에 내려앉으면

몇 번의 동심원을 그리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낙엽 지는 소리도

실은 마음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잠시의 진동일 뿐이다

양수羊水 속에서

바깥세상의 시끄러움을

애써 외면했듯

물고기 정밀靜謐에 몸을 맡기고

이따금 지느러미를

흔들며 시간에 실려 유영한다

쓸데없이 귀 크게 열어

모두가 내지르는 고함

듣는 일은 그만 두고

마침내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시간에

귀 기울인다

광장의 함성이 떠난 저녁

강도 저물어 가고

가끔씩 벼락처럼 찾아온

이별이 어깨를 들썩이는

울음을 주지만

그 또한 고요 속으로 사라진다

태풍이 휘젓고 지나간

강변길도 한 이틀이 지나면

강물과 보폭을 맞추며 걸어간다

시간의 기억은

망각처럼 침전되고

적막 속으로 쌓여 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