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산을 보게 하소서
울창했던 숲이
가벼워지는 조락을 보게 하소서
밋밋했던 산들이 붉게 물들고
자작나무 잎들이 아름답게 수놓는
큰 산을 보게 하소서
가을에는 강을 보게 하소서
금빛 옷으로 갈아 입은
강가 은행나무를 보게 하소서
수면에 비친 제 모습
들여다 보는 가을 나무를 보게 하소서
가을에는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소서
무성했던 욕심들
하나 둘 떨구는 마음의 뜨락
삭풍이 몰고 올 겨울을 준비하게 하소서
낙엽을 긁어 모아
가을 다비식을 하게 하소서
부산했던 생을 불사르고
정갈한 나목으로 홀로 서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