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아침

먼 남회귀선에서

운행 궤도를 바꾸느라

잠시 숨 고르는 태양

미적거리는 여명

아침 강가로 간다

눈 내린 대지 위의

종종걸음 새 발자국 따라 걷는다

청둥오리 몇 마리 눈 위에 앉아

오지 않는 철재를 기다리고 있다

회귀하지 않는 연어처럼

가뭇없던 고니 가족은

하현달이 걸려 있는 동천에

부지런한 날갯짓으로 우아한 파문을 남기고 남하한다

자진모리장단으로 흔들리는 갈대는

차디찬 강물에 발을 담그고

살엄음을 흔들어 강을 깨운다

가장 긴 밤을 보낸 나는

시린 강물에 반사되어 떠오르는 햇살 속에서

새로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한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