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지 않는 집
ㄱ자로 허리 꺾인 할머니
혼자 사는 집
단출해진 장독대로
엉거주춤 드나들 뿐
양귀비꽃들이 울타리 치는
봄날의 집
그제서야 따뜻해지는 안방
능소화 후두둑 떨어지며
미끄럼 타는 처마 없는 집
상사화 군락 꽃을 피우면
불 위에 떠 있는 집
찾아오지 않아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의 먼 눈길
토마토 가지처럼 매듭진 몸,
그 실한 자식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앙상한 손 귀에 대고 소리 모으는 노파
TV 볼륨 한껏 올려
왁자했던 한때를 재현해내는
이른 아침
밤이면 풀벌레가 만드는
촘촘한 소리망에 덮여
잠드는 꿈
이제는
하얀 겨울을 맞이할 때
따뜻한 다비장을 준비하는 걸까
뜸해지는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