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푸른 나뭇잎에

보름달처럼 앉아 있는 가로등

불빛 내리는 길

 

비가 내리고

내린 비는 잎새에 모여 몸집을 키우다

뒤뚱 미끄러진다

 

북을 두드리듯

우산 위로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빗소리

발길로 차며 걷는다

 

저벅거리며 걸어가는 소리

축축이 젖어가고

 

앞서 가는 사람 없고

뒤따라오는 이 없는

거리

 

정처 없는 생각 따라

홀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