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에서

하얀 꽃무더기 속

칠흑의 고결한 줄기를

보고 있을 때

아들은

봄햇살에 만개한 꽃잎을

바라보고 있다

긴 눈썹 성글게 붙이고

낙타처럼 눈을 끔벅거리며

연신 셀카를 찍어대는

도화꽃 화장한 여자

천사인듯 선녀인듯 응시하는

너의 춘몽

엄마 마음 속

강물처럼 흐르는 적요의 소리를

아들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화려하게 피어나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운 꽃이라면

차라리

겨울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를

나는 더 사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