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천川은 강江이 아니다

 

천 개의 천이 만나야 강이 되는 걸까

 

강에 없는 것들 가득한 천을 따라 걷는다

 

동지를 지나 한 뼘씩 길어지는 낮의 시간이

햇볕에 데워지는 물가에 앉아

마음 열어 서릿발 선 생각들

내다 말린다

 

그런다고

곧장 봄이 오는 건 아니다

몇 번의 눈보라와

짱짱한 빙하의 날들도 있을 것이다

 

걷는다

걷다보면 몸이 펴지고

걷다보면

마음도 찰랑거린다

 

안양천이 키워낸 물고기들 부산하고

물오리 가족은 모래톱에서

해바라기하는 아침

 

백로 한 마리 긴 다리로 서서 억새꽃 바라보고

동면하듯 고요한 천변의 풀들

이따금 찬 바람에 흔들린다

 

겨울이면 생각 깊어져

사념의 물빛 청청해지고

 

낮과 밤의 시간이

서로 양보하며 내어주는

오렌지빛 세밑에

 

나는 새해를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