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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

형사 두 명이 집에 들어와

진을 치고 앉아 있고

 

어머니는 휴교ㅕㅇ이 내려진

대학의 적막한 잔디밭으로

풀매기 작업을 나갔다

 

최루가스 스멀스멀 올라오는 잔디밭,

잡초 하나를 솎아내면

수배된 아들 생각에

매운 눈물 하나 떨구었다

 

쫒기는 동생을 접속하러 가는 미로

몇 번씩 뒤돌아보고서야

길이 끝났다

 

홀어머니의 애간장 끊어지는 한숨 소리가

5월 밤의 공포를 높여갔다

 

조사실이 있던 지하로 가는 길은 지옥의 계단

그 계단은 흔들리고 내딛는 동생의 다리를

지켜주기엔 나도 어렸다

 

자술서를 쓰는 떨리던 손을 바라보며

나는 울고 있었다

취조하던 경찰이 피의자의 귀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던 지하실의 풍경,

차라리 영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면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죽어야 할 사람은 아직도 살아 있고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