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묵언의 날 -고진하-
작성자명바다
조회수756
등록일2006-10-09 오후 3:53:16
묵언의 날
고진하
하루종일 입을 봉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를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러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 입을 봉한 채
물구나무를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거리는 욕망을 걷어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