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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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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곡선의 힘

작성자명최준렬
조회수1131
등록일2017-10-23 오후 3:25:29

걸어온 길마다 곡선이 선명하네


곡선이란,

숙인 듯 구부린 유연한 은유라서

직설적인 직선처럼 쉽게 부러지는 일은 없지


할머니도 아버지도 저기 둔덕 같은 본분 안에 누

워있지

저승에서도 부러지지 싫어서 


헐레벅떡 산 넘어 온 바람도 무덤에 닿으면

둥근 보폭으로 부드럽게 달리지

삘기 꽃 하얗게 간질이며

산 아래 초원을 향해 곡선으로


불현듯 직선으로 치닫던 때가 있었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내 무릎의 흔적으로 알 수 있지



  -나를 디자인하다 - 서주영  시집에서

이젠 잘린 시간, 잔해 수북한 그 곳에

지문처럼 새겨진 통곡이 숨어 살지

그건 오랫동안 써 내려온 나의 연대기 중

가장 슬픈 기록


온양으로 나가는 신작로도

동막골이나 소롱골 산밭의 좁은 길도

나의 바다였던 송악저수지 산길도

온통 구불텅한 곡선뿐이었지

강마을 막내고모 산마을 큰고모네도

들길을 지나 산길 돌아가는 곡선이었어


이젠 알게 되었지

곡선이 토막토막 끊어진 직선의 울음으로 이어진 것을


    -나를 디자인하다 - 서주영 시집에서